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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분석2026년 6월 3일 · 21분 읽기

대기업이 사옥을 팔고 세입자가 되는 이유는? 세일앤리스백(S&LB) 정리

본 글은 7가지 반전 사례와 K-IFRS 1116호 (2019년 시행) 가 부른 회계 변곡점, 계열 리츠 (SK·롯데·한화·삼성FN) 의 제도화된 출구 그리고 홈플러스의 부메랑 사례까지 풀어봅니다.

박진희 · Co-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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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 가면 강남역 사거리에 큼지막하게 "삼성" 로고가 박힌 더에셋이 있습니다. 삼성 본가 빌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2018년에 7,484억원으로 코람코에 한 번 팔렸던 빌딩입니다. 그리고 2024년 9월에 삼성SRA자산운용이 다시 1조1,042억원에 사들였어요. 6년 만에 약 3,500억원을 더 주고 되산 셈이죠. SK도 비슷합니다. 2005년에 미국 BoA메릴린치에 4,400억원으로 서린빌딩을 팔았다가 2020년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해서 1조원 가까운 가격에 다시 사들였고 지금은 SK리츠가 보유 중입니다.

세일앤리스백 정리.png

왜 멀쩡한 사옥을 굳이 팔고 임차인이 됐다가 더 비싸게 되사는 일이 반복될까요?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매각 후 재임차)이라고 부르는 이 거래에는 유동성을 확보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동기도 있고 핵심 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전략적 동기도 있어요. 매각 동기·우선매수권 유무·임대료 구조에 따라 회계상 진짜 매각으로 보느냐 그냥 차입으로 보느냐가 갈리기도 하고요.

1. 세일앤리스백이란?

세일앤리스백이란.png

세일앤리스백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리츠·부동산펀드·신탁·금융 계열사 등에 매각(sale)하고 동시에 장기 임차 계약(leaseback)을 맺어서 계속 사용하는 거래예요. 호텔 산업을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쉬운데요. 호텔 운영사가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자산은 별도 소유주에게 두고 자기는 운영과 서비스로 수익을 만드는 구조 있잖아요. 사옥도 같은 발상으로 가는 거예요. 부동산 자산은 펀드·리츠가 소유하고 기업은 그 공간을 임차해서 본업에만 집중하는 거죠.

대상 자산은 보통 취득에 큰 금액이 드는 부동산·선박·항공기예요. 그중 사옥과 점포·물류센터가 가장 흔합니다. 매수 주체는 상장리츠·사모리츠·부동산펀드(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신탁·생명보험사가 많고요. 매도 기업은 건물 전체를 책임 임차(Master Lease)하면서 통상 임차인이 제세공과금·보험료·수선유지비를 부담하는 트리플넷(Triple-net)구조로 들어갑니다.

2. 왜 더 비싸게 주고 되살까?

가장 화제가 된 7개 사례를 표로 정리해볼게요. 핵심은 팔았다 되산경우가 거의 다 더 비싼 가격이었다는 점이에요.

기업·자산

매각

재인수·현황

한 줄 반전

삼성물산 더에셋 (서초)

2018년 7,484억 (코람코)

2024년 1조1,042억 (삼성SRA, 삼성화재 임차)

6년 만에 3,500억 더 주고 되산 국내 단일 오피스 최고가 거래

SK 서린빌딩

2005년 4,400억 (BoA메릴린치)

2020년 우선매수권 행사 → SK리츠 편입

인천정유 인수자금 마련용 매각이 15년 만에 되사기로 귀결

동국제강 페럼타워

2015년 4,200억 (삼성생명, 10년 임차)

2025년 7월 6,450.6억 재매입 (삼성SRA 수의계약)

헐값 매각 논란 → 10년 만의 귀환

한화 현암빌딩 (장교동)

2002년 1,860억 (대한생명 인수자금)

2007년 약 3,500억 재인수

5년 만에 거의 두 배

한화증권 여의도 사옥

2002년 1,383억

약 3,201억 재인수

현암빌딩과 같은 구조

홈플러스 점포

MBK 인수 후 누적 약 4조 회수

2025년 3월 4일 기업회생 신청

임차인 부실이 자산·투자자에 전이된 부메랑 사례

LG광화문빌딩 → LX

2025년 10월 5,120억

LX홀딩스 (임차인 직접 매입)

세일앤리스백 아님 — 세입자가 건물주가 된 반대 사례

3. 왜 파는 걸까 — 유동성·부채비율·투자 재원

유동성·부채비율·투자 재원.png

재무 동기는 크게 세 가지예요.

  1. 유동성 확보 — 한꺼번에 큰돈이 들어오니까 차입금 상환·신규 투자 재원·운전자금에 쓸 수 있어요.

  2. 부채비율 개선 — 동국제강은 2015년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팔면서 별도 부채비율이 207% 에서 199% 로 떨어졌고 평가차익 1,700억원 이상이 잡혔어요.

  3. 핵심 사업 투자 재원 — 삼성물산은 2018년 매각 자금을 재무 구조 개선과 신사업 재원으로 썼어요. SK 서린빌딩 4,400억원은 그 당시 인천정유 인수자금이었고요.

이마트는 2019년에 13개 점포를 9,524.8억원에 마스턴 사모펀드에 매각했어요. 그때 자산총액의 5.69% 였고 부채비율이 2018년 말 89.1% 에서 2019년 상반기 102.4% 로 올라가던 국면에서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카드였습니다. 흥국생명은 2025년 신문로빌딩을 7,193억원에 매각해서 K-ICS(킥스)비율을 개선하고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실탄을 확보했고요.

4. 회계로 보면 K-IFRS 1116호가 만든 변곡점

회계 처리는 2019년이 분수령이에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 1116호 "리스" 가 시행되면서 임차인이 운용리스를 부외 처리(off-balance)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거든요. 단기·소액 리스를 제외한 모든 리스에 대해 사용권자산(Right-of-Use Asset)과 리스부채(Lease Liability)를 동시에 인식해야 하니까 자산과 부채가 같이 부풀어 오르고 감가상각비 + 이자비용이 잡혀요. 대신 EBITDA는 올라가는 효과가 있고요. 민간 회계법인 해설은 이 변화를 임차인의 모든 리스가 사실상 자가차입처럼 회계장부에 드러나는 시대로 설명합니다.

매각 차익 인식에도 제약이 생겼어요. K-IFRS 1116호 문단 98~106이 판매후리스를 규정하는데요. 자산 이전이 판매에 해당하면 매도자-리스이용자는 구매자에게 이전한 권리에 관련된 차익만 인식하고 리스백으로 계속 보유하는 사용권에 비례하는 차익은 제외해야 합니다. 산식 예시로는 처분이익 = (공정가치 − 장부금액) × (공정가치 − 리스료 현재가치) / 공정가치가 자주 인용되고요. 즉 자산을 1조에 팔아도 그중 본인이 계속 쓰는 만큼은 차익으로 못 잡는다는 얘기예요.

5. 우선매수권의 함정

재미있는 회계 이슈가 하나 더 있어요. 자산 이전이 진짜 판매(true sale)인지 아니면 그냥 돈 빌린 것(금융 거래)인지를 K-IFRS 1115호(수익)의 통제 이전 기준으로 판단하거든요. 리스 이용자가 염가 우선 매수권(콜 옵션)을 가지면 어차피 되살 가능성이 높아서 통제 이전이 부정되고 그러면 매각이 아니라 차입으로 처리됩니다. 매도자가 자산을 계속 인식하고 이전 대가만큼 금융 부채(K-IFRS 1109호)를 잡아야 하니까 부채 비율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세일앤리스백(S&LB) 의 동기가 부채 비율 개선인 경우가 많은데 우선 매수권 조건을 잘못 짜면 정반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선 매수권을 시세 기반 협상 옵션(염가 아님)으로 설계하거나 아예 빼버리는 게 진성 매각 판정의 안전판이 됩니다. 동국제강 페럼타워가 2015년에 우선매수권 없이 매각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고요.

6. 팔았다 더 비싸게 되산 기업 TOP5

되사기 사례의 공통점은 모두 자산 상승기에 매각했다가 더 큰 자산 가격으로 다시 떠안았다는 점이에요.

자산

매각 → 재인수

평당가 변화

비고

삼성물산 더에셋

2018년 7,484억 → 2024년 1조1,042억

3,050만원 → 4,500만원

코람코 IRR 약 15%, 차익 약 2,760억원 + 6년 배당 = 총 3,980억원

SK 서린빌딩

2005년 4,400억 → 2020년 우선매수권 행사

-

이지스 제시가 평당 3,900만원·연면적 2만5,394평 역산으로 최소 9,903억원 추정

동국제강 페럼타워

2015년 4,200억 → 2025년 6,450.6억

약 2,489만원 → 약 3,820만원

10년 임차 만료와 함께 삼성SRA 수의계약

한화 현암빌딩

2002년 1,860억 → 2007년 약 3,500억

-

5년 만에 거의 두 배

두산 베어스파크

2020년 11월 294억 (캠코) → 2024년 10월 308억 조기 재매입

-

소액이지만 같은 패턴

더에셋 매입 당시 고가 매입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강남 권역에서 다시 볼 수 없는 트로피 에셋 매입 기회였다.

코람코 윤장호 부사장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재매입 발표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동국 헤리티지를 계승하고 내실 있는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어요. 매각 당시 평가차익으로 부채 비율을 낮춰서 위기를 넘겼고 10년 뒤 자본 여력이 회복되자 같은 자산을 되사들이는 패턴이 완성된 셈이죠.

7. 계열 리츠, 제도화된 출구 구조

계열 리츠, 제도화된 출구 구조.png

대기업 입장에서 자체 계열 리츠를 가지면 S&LB의 출구가 제도화 되는데요, SK·롯데·한화·삼성FN 4개 그룹이 이 구조를 갖췄습니다.

SK리츠는 2021년 9월에 상장했고 국내 최초 분기 배당을 시작했어요. 서린빌딩(SK㈜ 책임 임차, 월 임대료 약 27억원)·전국 116개 주유소(SK에너지 임차)·SK U타워(SK하이닉스, 5,072억, 트리플넷, 5+5년)·종로타워(2022년 6,215억·평당 3,390만원·부대비용 포함 6,768억, 캡 레이트 2% 후반대)가 편입돼 있고요. 운용자산(AUM) 약 5.3조원, 신용등급 AA-. 종로타워는 인근 시세 대비 임대료가 20% 낮아서 "임대료 정상화" 가 밸류업 명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장기 책임 임대 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우량 자산을 빠르게 매입해 아시아 최대 규모 복합 리츠로 성장하겠다.

SK리츠 신도철 대표

롯데리츠는 2019년 10월 상장으로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가 100% 책임 임차하는 마스터리스 트리플넷 구조예요. 임대료가 TRANCHE A·B·C 고정(연 1.5% 인상)·D·E 고정(CPI 연동)+변동(매출 0.45%)·F 고정(CPI 연동)으로 세분화돼 있고요.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5,000원) 를 못 받쳤고 고평가·롯데쇼핑 이익 편중(뒷주머니)논란이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한화리츠는 2022년에 출범해서 63한화생명빌딩 (여의도) 에 본사를 두고 있고요. 삼성FN리츠는 삼성그룹 최초 공모리츠(2023년 4월 상장)로 FN타워 대치(대치타워, 1만3,671평)·에스원빌딩(순화, 8,352평, 에스원 100% 임차)·삼성화재 판교사옥(1,364억원, 한화시스템 2029년 말까지 100% 임차)을 보유 중입니다. 삼성생명·삼성화재 우선매수협상권 지분 약 38%, AUM 약 8,800억, 2025년 말 시총 4,288억, LTV 55.1% 구조예요. 스폰서리츠가 임차인·매도자·최대주주를 동시에 겸하기 때문에 편입가 고평가·임대료 적정성·이해상충 우려는 4개 리츠 모두에 따라붙는 공통 논란점입니다.

8. 홈플러스.. S&LB가 부른 부메랑

S&LB의 가장 비싼 교훈은 홈플러스예요. MBK파트너스가 2015년에 LBO(Leveraged Buy-Out, 차입 매수)로 약 7.2조원에 인수한 뒤 20여개 점포 매각·세일앤리스백으로 누적 약 4조원을 회수했는데요, 누적 임차료 부담이 핵심사업을 짓눌렀습니다. 연 임대료가 2015년 2,459억원에서 2023 회계연도 4,292억원으로 약 1.8배 늘었어요. 2017~2023년 누적 이자비용이 2조9,329억원인데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4,713억원이었으니까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구조가 굳어진 거죠. 결국 2025년 3월 4일에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피해는 임차인 한 곳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부동산 펀드와 증권사(메리츠: 담보 62개 점포 감정가 합계 약 4조8,000억, 메리츠증권 6,551억·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각 2,808억)·소액 투자자가 연쇄 손실 위험에 노출됐고 S&LB 점포(이지스13호 동수원·금천·영등포·센텀시티 등 선순위 5,800억)의 임차인 지위 박탈 위험까지 부각됐어요. 가중평균 잔여 임차 기간 (WALE) 이 약 2.5년이라 임차인 부실이 곧 자산 가치 훼손으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였고요.

법조인 견해로는 홈플러스가 매각 당시 8% 내외 임대료를 20년 이상 보장한다며 매각가를 높인 뒤 회생 단계에서 계약 해지권을 활용해서 손해배상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처리하려 한 점이 사기죄 성립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S&LB가 그 자체로 위험한 게 아니라 임차인 신용도가 사실상 채권처럼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구조라 임차인 부실이 곧 자산 부실로 직결된다는 교훈이에요.

9. 2024~2025년 시장 트렌드, 역대 최대와 펀드 만기 도래

국내 오피스·CRE 거래 시장은 2024년 회복기를 거쳐 2025년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어요. 민간 부동산 컨설팅 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오피스 거래 규모는 약 13조3,487억원이었어요(전년 대비 77% 증가, 역대 2위). 2025년 서울+분당 오피스는 24조120억원으로 2000년 집계 이래 처음 20조원을 넘었고요 (서울 한정 20조6,622억). 전국 CRE 는 2025년 사상 최대 33.7조원 (4분기만 8.9조·전년 동기 대비 +68.6%) 을 기록했고요.

주목할 변화는 전략적 투자자 (SI, Strategic Investor) 비중이에요. 2023년 29.1% → 2024년 19.2% → 2025년 누적 37.4% 로 다시 급증했습니다. 사옥 실수요 거래가 늘었다는 신호고요. 민간 부동산 컨설팅의 한 리서치 센터장은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전략적 실수요자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거래를 이끌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펀드 만기 도래로 인한 2차 손바뀜이 본격화됐어요. 마스턴이 2019년에 매입한 이마트 13개점은 2025년 8월 통매각이 추진됐어요 (약 1조~1.2조원 거론). 두산타워 (98호 펀드 2025년 만기) 는 2024년 11월 매각 추진이 시작됐고요. 디타워 돈의문은 마스턴이 2020년 6,600억원대에 매입한 뒤 2024년 11월 NH농협리츠운용에 8,953억원으로 매각했습니다. 펀드 만기 5~7년 주기 손바뀜이 다음 거래 출회 시점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정형 패턴으로 자리 잡은 거죠.

10. 결론과 모니터링 포인트

세일앤리스백은 단순히 사옥을 파는 거래가 아니에요. 부채비율·세금·회계 처리·우선매수권·임차인 신용도까지 모두 얽힌 종합 재무 전략이고 결과는 자산 사이클 (상승기·하락기) 과 임차인 (스폰서) 신용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자산 상승기에 매각하고 다시 자산이 더 비싸졌을 때 되사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게 삼성·SK·동국제강·한화 사례의 공통 시사점이에요. 임차인 부실이 자산 가치 훼손으로 전이된다는 게 홈플러스의 반면교사고요.

투자자 관점에서 모니터링할 포인트는 네 가지예요.

  1. 계열 리츠 편입가 적정성: SK·롯데·한화·삼성FN 의 임대료 인상 구조 (CPI·매출 연동 비중) 검증.

  2. 펀드 만기 도래 2차 손바뀜 일정: 마스턴 이마트 13개점·두산타워·디타워 돈의문 패턴.

  3. 우선매수권 행사 시그널: SK 의 2020년 행사처럼 임대차 만료 시점이 트리거.

  4. 임차인 신용도와 가중평균 잔여 임차 기간(WALE): 홈플러스 사례처럼 임차인이 흔들리면 자산 가치 자체가 무너집니다.

옥상 로고와 등기상 주인의 간극, 그리고 펀드 뒤에 숨은 진짜 자본 출처를 함께 추적해야 S&LB의 손익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요.

이 글의 저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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